오늘 오전에 아파트 외벽 도장공사 현장을 다녀왔다.

내가 주로 기술지도를 하는 곳이 외벽 달비계 현장이다.

항상 지적되는 것들은 로프의 2점지지 미확보와 추락방지대 체결 불량, 그리고 로프 내림길이 부족이 당골로 지적되는 것들이다.

오늘 현장도 어김없이 로프의 지지점 부족과 추락방지대 체결 불량이 지적되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현장 소장님을 통해 작업자의 추락방지대 체결상태가 또 불량하다고 시정조치 하라고 얘길 했고 마침 거의 다 내려오고 있던 작업자에게 소장님이 소리치셨다. 시정하시라고..

해당 작업자는 내려와서 나에게 다가와서 버럭하셨다.

추락방지대를 달비계에 거치하지 말라는 법이 있냐며 따지고 드셨다.

나는 순간 당황했고 안전보건 지침 상 올바른 체결방법으로 체결하셔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작업자 분께서는 제차 법이 있느냐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셨다.

나는 실험을 통해 해당 체결법이 추락방지대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얘길 예로 들었다.

그 말을 하자 더 화를 내셨다.

실험 자체가 현장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엉터리 실험이라는 뜻인듯 했다.

난 더이상 얘길 이어갈 수 없었다.

현장 소장님께서 작업자분을 잘 달래서 돌려보내셨다.

내가 좀 한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나를 위한 얘기가 아니라 당신을 위한 얘기인데,
어째서 나에게 원망을 하느냐…

왜 그때 작업자분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을까..

왜 아무말도 못했던거지?

법은 최소한의 기준만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침 등을 만들어서 세부적인 사항들을 다루고 있는것이다. 라고..왜 말을 못했을까? 사실 이것 또한 정답일 할 수 없는 원론적인 답변에 불가하다.

그렇지만 순간 나는 좀 억울했다.

나를 위한 얘기가 아니라 당신을 위해 하는 얘기인데 어째서 나에게 원망을 하느냐...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왜 그분이 그렇게까지 역정을 내셨는지 그 내면을 들여다보질 못했다.

안전지도를 하러 다니면서 이런 부분들은 수없이 부딪힌다.

대부분의 작업자들은 그 순간만 모면하면 그만이다 싶어 순순히 나의 지적에 알았다고 조치하겠다고 응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대책이 적용되었다고 볼 순 없다.

난 그 사실을 다 알지만.. 눈가리고 아웅 식의 대처란 것도 잘 알지만 넘어갈 수 밖에 없다.

한 현장에 24시간 붙어있지 않는 한 내가 어찌 할 도리가 없기때문이다.

난 처음에 작업자분들 대부분이 안전불감증이라고만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다르다.

  • 시간에 쫓기고 돈에 쫓기는 것이 현실일진데
  • 보호구 착용으로 인해 작업의 속도가 더뎌지고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면

그분들은 그 순간 생명의 끈을 놓기 일쑤다.

오랫동안 해온 익숙한 작업들과 본인의 실력을 믿어버린다.

그러니 나같은 애송이의 말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불편해야 안전하다고도 한다.
하지만 불편하게 안전한 것이 어찌 좋다고 할 수 있겠는가?

오늘 그분은 그래도 불평을 하며 현실을 일깨워주셨다.

잠깐 기분은 나빴지만 정말 문제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 내가 지적한 사항들이 정말 작업자들에게 불안전한 요소로 작용하는지
  • 실제 작업자들이 좀 더 편리하게 보호구를 착용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그런 방법들을 나는 생각해내야 한다.

누군가는 불편해야 안전하다고도 한다.

하지만 불편하게 안전한 것이 어찌 좋다고 할 수 있겠는가?

편안하면서 안전할 수 있는 진정 안전한 상태를 만드는 것이 안전을 지키는 가장 큰 숙제인듯 하다.

아침부터 기분이 좀 울적했지만

이렇게 쓰고보니 나를 반성하게 된다.

역시.. 현장에서 부딪혀야지 더욱 성장 할 수 있는 것 같다.

더 열심히 고민하고 생각하고 활동하자.

#유랑술사 #현장경험기